한국인 때문에 바뀐 “스포츠 규칙”

규칙까지 바뀔정도면 ...
권총금메달진종오

공기권총 – 진종오

올해 2월, 국제사격연맹이 진종오 선수의 주력 종목인 공기권총 50m를 2020년 도쿄 올림픽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진종오 선수는 올림픽 역사상 사격 종목에서 금메달 3연패를 달성한 유일한 인물이다. 국제사격연맹이 그를 견제한다는 의혹은 2016년 리우 올림픽부터 제기됐다.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사격 경기에 ‘관객 친화’를 이유로 음악을 트는 등 비상식적인 규칙을 도입했기 때문. 공기권총 50m를 폐지한 데에 ‘성별 따라 배분된 메달의 수가 균등하지 않다’는 이유를 댔지만, 해당 종목을 혼성으로 바꾸면 폐지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반박이 쏟아졌다. 진종오 선수 역시 인터뷰에서 “‘괘씸죄’ 같은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답했다.

복싱 – 김득구

세계복싱협회 라이트 챔피언 타이틀전 14회, 1982년 김득구 선수는 레이 맨니시에게 턱을 맞고 쓰러졌다. 카운트를 듣고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지만 주심은 KO를 선언했고, 김득구 선수는 경기 후 뇌사 판정을 받아 4일 뒤 세상을 떠났다. 장기는 동양계 미국인들에게 기증됐고, 주심 리처드 그린은 죄책감으로 7개월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계복싱평의회는 선수 보호를 위해 스탠딩 다운을 도입하고 세계타이틀전을 15회에서 12회로 축소, 라운드 간 휴식을 60초에서 90초로 연장했다. 세계복싱협회(1988)와 국제복싱연맹(1989)이 이를 따르며 김득구 선수의 죽음은 복싱 역사에서 국제 대회 규칙을 바꾼 안타까운 사건으로 남았다.

도마 – 양학선

2011년 세계선수권 도마에서 양학선 선수는 현존하는 최고난도 도마 기술 ‘양학선’을 선보여 우승했다. 난도 점수는 최고점인 7.4로, 양학선 선수는 같은 기술을 구사해 런던 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두 달 뒤 국제체조연맹은 도마의 평균 점수가 지나치게 높다며 전체적인 난도 점수를 낮췄다. 그 중 ‘양학선’의 난도 점수는 ‘리세광’, ‘드라굴레스쿠 파이크’와 같은 6.4로 가장 크게 떨어져 선수 견제 의혹까지 제기됐다. 양학선 선수는 ‘양학선2’를 개발해 국제체조연맹 공식 등재에 도전 중이며, 올해 10월 세계기계체조선수권 도마 종목 예선전에서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야구 – 강정호

2015년 9월, 크리스 코글란(시카고 컵스)이 경기 중 강정호 선수(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왼쪽 무릎 밑 부분에 거칠게 슬라이딩해 부상을 입혔다. ESPN의 칼럼니스트 키스 로우는 “이것이 합법인지는 신경 쓰지 않겠다. 그저 역겨운 장면일 뿐”이라며 코글란을 비난했다. 이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체이스 어틀리(LA 다저스)가 루벤 텐하다(뉴욕 메츠)에게 슬라이딩으로 부상을 입히며, 메이저리그는 결국 ‘강정호 룰’로도 불리는 ‘선의의 슬라이딩’ 규칙을 신설했다. 이로써 선의의 슬라이딩을 하지 않고 병살을 막기 위해 야수와 부딪히는 주자는 수비 방해로 아웃될 수 있다.

양궁 – 여자단체

1984년부터 2012년까지 올림픽이 내건 양궁 금메달은 총 30개. 그중 한국팀이 ‘쓸어간’ 금메달은 19개다. 이만하면 세계양궁연맹(WA)이 한국팀을 견제하기 위해 올림픽 때마다 규칙을 바꾸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흥미 유발’을 이유로 1988년 서울 올림픽에 ‘그랜드 피타 라운드’를 도입했지만 한국팀은 금메달 3개를 따냈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1대1 토너먼트, 2012년 런던 올림픽에 개인전 세트제를 도입했지만 한국팀은 연이어 우승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세트제가 도입됐지만 한국팀은 리우 올림픽에서 양궁 전 종목을 석권했고, WA 한국 관중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에만 크게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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